반송파

전파 기초에서 파동에 대해 배웠으니, 이제 그 파동으로 어떻게 목소리와 음악을 멀리까지 보내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그 시작은 반송파입니다.

왜 목소리를 그냥 전파로 보내지 못할까?

사람 목소리는 대략 초당 100~4,000번 정도 진동하는 아주 낮은 주파수의 파동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낮은 주파수의 파동을 안테나로 잘 내보내려면, 안테나의 길이가 파장에 비례해서 매우 길어져야 합니다. 목소리 주파수 그대로 보내려면 안테나가 수십 km 이상 되어야 할 정도입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소리 신호를 아주 높은 주파수의 파동에 실어서 보냅니다. 이렇게 정보를 실어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일정한 주파수와 진폭을 가진 순수한 고주파 파동을 반송파(搬送波, carrier wave)라고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정보를 "실어 나르는(搬送)" 파동입니다.

사람 목소리(저주파 신호)

반송파(고주파, 진폭·주파수 일정)

반송파는 슬라이더를 움직여도 진폭은 항상 일정합니다. 아직 아무 정보도 싣지 않은, "비어 있는 파동"이기 때문입니다.

택배 트럭에 비유해 보면

반송파는 정보(목소리, 음악, 데이터)를 담을 택배 트럭과 같습니다. 트럭 자체는 아무 내용물이 없어도 정해진 길을 정해진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자(정보 신호)를 실으면 비로소 물건을 배달할 수 있습니다. 반송파에 정보 신호를 싣는 과정을 변조라고 부르며, 다음 장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핵심 정리

  • 사람 목소리처럼 주파수가 낮은 신호는 그대로 전파로 보내기 어렵습니다.
  • 반송파는 정보를 실어 나르기 위한, 진폭과 주파수가 일정한 고주파 파동입니다.
  • 반송파에 정보 신호를 싣는 과정을 변조라고 합니다.

좀 더 알아보기 — 반송파를 쓰는 네 가지 이유와 생활 속 사례

안테나 길이 문제는 반송파를 쓰는 첫 번째 이유일 뿐입니다. 반송파 덕분에 수많은 방송과 통신이 한 하늘을 나눠 쓰고, 목적에 맞는 길로 전파를 보내고, 더 많은 정보를 실을 수 있습니다.

① 안테나를 현실적인 크기로

1 kHz 목소리의 파장은 약 300 km이고, 효율적인 안테나 길이(파장의 1/4)는 약 75 km입니다. 같은 목소리를 100 MHz FM 반송파에 실으면 파장은 3 m, 안테나는 약 75 cm로 10만 배 작아집니다. 파장과 안테나 길이의 관계는 주파수 편의 '좀 더 알아보기'에서 계산기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여러 방송이 한 하늘을 나눠 쓰기 — 주파수 나누기

모든 방송국의 목소리와 음악은 똑같이 수십 Hz~수 kHz 범위에 있습니다. 반송파 없이 그대로 내보낸다면 모든 방송이 같은 주파수에서 뒤섞여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방송국마다 서로 다른 반송파 주파수를 배정해, 같은 소리를 서로 다른 "칸"으로 옮겨 보냅니다. 라디오의 "94.5 MHz" 같은 숫자가 바로 그 방송국의 반송파 주파수이고, 다이얼을 돌리는 것은 원하는 칸만 골라 듣는 일입니다. 여러 주파수가 섞인 신호에서 원하는 주파수만 골라내는 원리는 푸리에 변환과 주파수 분리 편에서 다룹니다.

정보를 반송파에 실으면, 정보 신호는 반송파 주파수 바로 옆으로 "이사"합니다. 반송파(fc)에 소리(fm)를 곱하면 삼각함수 공식에 따라 합과 차의 주파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cos(2\pi f_c t)\cdot\cos(2\pi f_m t) = \tfrac{1}{2}\cos\big(2\pi (f_c - f_m) t\big) + \tfrac{1}{2}\cos\big(2\pi (f_c + f_m) t\big)\]

예를 들어 711 kHz 반송파에 1 kHz 소리를 실으면 710 kHz와 712 kHz에 신호가 생깁니다. 이렇게 반송파 양옆에 생기는 부분을 측파대(sideband)라고 합니다. AM 방송은 최대 약 4.5 kHz까지의 소리를 실어 반송파 양옆으로 모두 9 kHz 폭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AM 방송 주파수는 711, 792, 837, 900 kHz처럼 9 kHz 간격(9의 배수)으로 배정되어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수신기는 이 과정을 거꾸로 하여 신호를 다시 낮은 주파수로 옮기는데, 그 원리는 전파 수신기의 '주파수 변환기/믹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③ 목적에 맞는 길 고르기

반송파 주파수를 고르면 전파가 다니는 길도 함께 정해집니다. 파장이 긴 중파(AM)는 땅을 따라 멀리 퍼지고, 단파는 전리층에 반사되어 바다 건너까지 가며, 초단파(FM·TV)는 곧게 나아갑니다. GPS나 위성 방송처럼 우주와 주고받아야 하는 신호는 전리층을 뚫고 지나가는 GHz 대역의 반송파를 씁니다. 파장에 따라 전파의 성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파장 편의 '좀 더 알아보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④ 더 많은 정보를 싣는 넓은 도로

반송파에 실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쓸 수 있는 주파수 폭(대역폭)에 비례합니다. 반송파 주파수가 높을수록 그 주변에 넓은 폭을 확보하기 쉬워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서비스일수록 높은 반송파를 씁니다.

서비스반송파 주파수한 채널의 폭
AM 라디오약 0.5 ~ 1.6 MHz9 kHz
FM 라디오88 ~ 108 MHz약 200 kHz
디지털 TV수백 MHz6 MHz
Wi-Fi2.4 / 5 GHz20 ~ 160 MHz
5G 밀리미터파28 GHz수백 MHz

폭이 넓을수록 빠른 이유는 진폭 편의 섀넌 공식 C = B log2(1 + S/N)에서 B(대역폭)가 커지기 때문이며, 5G/6G 편의 "더 높은 주파수로 더 넓은 도로를 만든다"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생활 속 반송파 사례
사례반송파실어 나르는 것과 싣는 방법
모스 부호 무선 통신수 MHz 등반송파를 켰다 껐다 하여 점(·)과 선(-)을 보냄 — 가장 단순한 디지털 변조(디지털 통신)
AM 라디오531 ~ 1602 kHz소리 → 반송파의 진폭
FM 라디오88 ~ 108 MHz소리 → 반송파의 주파수
교통카드(NFC)13.56 MHz카드 정보 — 단말기의 반송파가 카드에 전력까지 공급
GPS1575.42 MHz위성의 정확한 시각과 궤도 정보
휴대전화(LTE/5G)수백 MHz ~ 28 GHz음성·영상·데이터 — 진폭과 위상을 함께 바꾸는 디지털 변조
Wi-Fi, 블루투스2.4 / 5 GHz인터넷 데이터, 무선 이어폰의 소리
위성 방송약 12 GHzTV 영상
광통신약 193 THz (빛)인터넷 데이터 — 전파가 아니라 빛을 반송파로 씀

💡 TV 리모컨에도 반송파가 있어요

TV 리모컨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쏘는데, 그냥 켰다 껐다 하는 것이 아니라 1초에 약 3만 8천 번 깜빡이는 빛(38 kHz)을 반송파로 써서 버튼 신호를 싣습니다. 햇빛이나 전등 빛에도 적외선이 섞여 있지만 이렇게 빠르게 깜빡이지는 않기 때문에, TV의 수신부는 38 kHz로 깜빡이는 빛만 골라 받아 다른 빛에 헷갈리지 않습니다. 반송파가 잡음 속에서 내 신호를 구별하는 표시 역할도 하는 셈입니다. 휴대전화 카메라(기종에 따라 전면 카메라)로 리모컨 앞쪽을 비추고 버튼을 누르면 깜빡이는 적외선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전파천문학과 반송파
  • 우주에는 반송파가 없습니다 — 천체가 내는 전파는 정해진 주파수의 깔끔한 파동이 아니라 넓은 주파수에 걸친 잡음 같은 신호입니다. 전파망원경은 이 신호를 통째로 받아, 수신기의 믹서와 국부발진기로 129 GHz 같은 높은 주파수를 다루기 쉬운 수 GHz 이하로 옮깁니다. 반송파에 정보를 싣는 과정을 거꾸로 하는 셈입니다(전파 수신기).
  • 하늘의 칸 나누기와 보호 대역 — 반송파 주파수는 나라와 국제기구가 용도별로 나누어 배정합니다. 이때 중성수소 21 cm선 근처의 1400~1427 MHz처럼 천문학에 중요한 일부 대역은 모든 전파 발사가 국제적으로 금지된 보호 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수많은 통신 반송파는 우주 신호보다 훨씬 강해서 전파천문대는 주변 전파를 엄격히 관리합니다(전파 차폐).

🧑‍🏫 선생님·학부모님을 위한 설명 도움말

원리 자세히 보기

  • 반송파는 '정확한 음높이'가 생명 — 100 MHz 반송파가 0.1 %만 어긋나도 100 kHz, 곧 FM 한 채널 폭(약 200 kHz)의 절반만큼 옆으로 밀려 이웃 방송을 침범합니다. 그래서 송신기는 수정 발진기와 PLL로 반송파 주파수를 단단히 고정합니다 (안테나의 전파 송신의 발진기 설명 참고).
  • 정보가 없는 반송파에 전력의 대부분이 쓰인다 — 보통의 AM 방송은 소리를 가장 크게 실었을 때조차 송신 전력의 3분의 2가 반송파 자체에 쓰이고, 소리가 담긴 측파대에는 3분의 1만 갑니다. 그래서 무전·아마추어 무선에서는 반송파를 빼고 측파대 한쪽만 보내는 SSB를 쓰고, 받는 쪽에서 반송파를 다시 만들어 붙입니다(AM 진폭변조의 표 참고).
  • 받는 쪽도 반송파를 다시 만든다 — AM 라디오는 포락선만 따라가면 되지만, 휴대전화·Wi-Fi처럼 위상에 정보를 싣는 디지털 변조에서는 수신기가 송신기와 같은 주파수·위상의 반송파를 스스로 만들어 받은 신호와 맞대어 보아야 합니다(반송파 복원). 두 '박자'가 조금만 어긋나도 신호점이 빙글빙글 돌아 0과 1을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디지털 통신).
  • 반송파만으로도 전해지는 것 — 반송파는 그 자체로 "내가 여기 있다"는 표시가 됩니다. 2023~2024년 보이저 1호가 컴퓨터 고장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보내지 못하던 동안에도, 지구에서는 탐사선의 반송파를 받아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자연의 천체는 이렇게 폭이 아주 좁고 규칙적인 신호를 거의 내지 않기 때문에,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는 하늘에서 '반송파처럼 좁은 신호'를 찾습니다.

역사와 배경 — 반송파 주파수를 나눠 쓰는 약속

시기사건의미
1900~1906년페선든의 연속파 반송파불꽃 송신기는 끊어진 잡음 같은 전파만 냈지만, 페선든은 고주파 교류 발전기로 끊김 없이 이어지는 반송파를 만들어 목소리를 실었습니다(1906년 12월 공개 시연). 같은 해 성탄 전야에 음악 방송을 했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당시 기록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1906년베를린 국제무선전신회의무선에 관한 첫 국제 약속으로, 배와 육지 사이 통신의 기준을 정하고 조난 신호 SOS를 채택했습니다.
1927년워싱턴 국제무선전신회의주파수 대역을 선박·방송·아마추어 무선 등 용도별로 세계 공통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주파수 분배표의 출발점입니다.
1947년ITU, 국제연합 전문기구로세계의 전파 질서를 관리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가 되었습니다.
1959년전파천문 업무의 첫 주파수 분배국제 회의에서 전파천문이 처음으로 주파수 분배표에 이름을 올려, 천문 관측을 위한 '조용한 칸'을 지키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1978년AM 채널 간격 10 kHz → 9 kHz아시아·유럽·아프리카의 AM 채널 간격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KBS 제1라디오도 1978년 11월 23일 710 kHz에서 지금의 711 kHz로 옮겼습니다.
현재대한민국 주파수 분배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고시하는 분배표가 어떤 반송파를 어떤 용도에 쓸지 정하며, 전파천문 대역도 이 표에 들어 있습니다.

비유로 설명하기

  • 반송파 주파수는 방송국의 '집 주소', 주파수 분배표는 '동네 지도'입니다. 주소가 겹치면 편지가 엉뚱한 집에 가듯, 반송파가 겹치면 두 방송이 섞여 버립니다.
  • 본문의 택배 트럭 비유를 이어 가면, AM의 반송파는 "짐보다 무거운 트럭"입니다. 연료의 3분의 2가 트럭(반송파)을 움직이는 데 들고 짐(소리)에는 3분의 1만 쓰입니다. 트럭 없이 짐만 보내고 도착지에서 트럭을 다시 마련하는 방법이 SSB입니다.

자주 하는 오해

  • "반송파 주파수가 높을수록 신호가 더 빨리 도착한다" — 모든 전파는 주파수와 상관없이 빛의 속도로 갑니다. 주파수가 높으면 넓은 대역폭을 확보해 1초에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을 뿐, 도착 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리가 반송파다" — 반송파는 귀로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이고, 수신기는 반송파를 걸러 내고 실려 있던 소리만 꺼냅니다. 방송이 잠시 멈춰 반송파만 나오는 순간 라디오는 조용해집니다.

함께 해 볼 질문·활동

  • 라디오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며 방송국 사이의 빈 칸(잡음)과 방송국 반송파를 잡은 칸(잡음이 사라지고 소리가 남)을 비교해 듣기
  • 우리 지역 AM·FM 방송국 주파수를 조사해 표로 만들고, 가장 가까운 두 방송국이 몇 kHz(또는 MHz) 떨어져 있는지 계산해 보기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대한민국 주파수 분배표'를 찾아 1400~1427 MHz 칸에 어떤 업무가 적혀 있는지 함께 읽어 보기

본 교육자료는 Anthropic(Claude) 및 OpenAI(ChatGPT)를 활용하여 제작하였으며, 제작자가 내용을 검토·편집하였습니다. 주요 참고자료와 출처는 각 페이지의 「참고 자료 및 출처」에 명시하였습니다. 출처가 별도로 표기되지 않은 페이지와 참고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제작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정리한 것입니다.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사항을 발견하시면 kvnsite@kasi.re.kr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