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망원경 원리 편에서는 전파망원경이 안테나(반사경)· 피드 혼·수신기 등 여러 장치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며, 그중 안테나(반사경)가 우주에서 온 미약한 전파를 한곳으로 모으는 핵심 부품이라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전파망원경 구조의 이 반사경 부분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반사경이 왜 하필 파라볼라(포물면) 모양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양이 전파망원경의 성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봅니다.
포물선(파라볼라)에는 아주 특별한 기하학적 성질이 있습니다. 포물선의 축과 나란하게 들어온 모든 평행광선은, 포물면 어디에 부딪히든 반사된 뒤 반드시 한 점(초점, focus)을 지나갑니다. 손전등이나 자동차 전조등이 포물면 반사경을 쓰는 것도 바로 이 성질 때문입니다.
별이나 은하 같은 천체는 지구에서 사실상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천체에서 온 전파는 안테나에 도달할 때쯤이면 거의 완벽하게 서로 나란한 평행광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사판을 포물면으로 만들면, 넓은 면적으로 퍼져 들어오는 이 평행한 전파를 모두 단 하나의 초점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 즉 파라볼라 반사경은 넓은 파면을 긁어모아 한 점에 쏟아붓는 "전파 양동이(wave bucket)"인 셈이며, 바로 그 초점 자리에 피드 혼과 수신기를 놓아 신호를 받아냅니다.
👉 슬라이더를 움직여 초점거리(f)와 접시 지름(D)을 바꿔가며, 평행하게 들어온 전파가 모양이 달라져도 항상 한 초점에 모이는 모습을 확인해 보세요!
하늘 위에서 나란히 내려오는 전파(파란 선)가 포물면 반사경에 부딪혀 반사(주황 선)된 뒤, 초점거리 f를 바꾸어도 항상 같은 한 점(초점, 붉은 점 — 피드 혼이 놓인 자리)에 모입니다. 접시 지름 D를 키우면 더 넓은 면적의 전파를 모을 수 있어 "집광력" 막대가 늘어납니다.
반사경이 모으는 전파 에너지의 총량은 반사판이 하늘을 향해 펼쳐 놓은 면적, 즉 집광 면적(collecting area)에 비례합니다. 원형 반사판의 면적은 지름 D의 제곱(D²)에 비례하기 때문에, 지름을 2배로 늘리면 모을 수 있는 전파 에너지는 4배로 늘어납니다. 모으는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더 희미하고 약한 우주 신호까지 검출할 수 있게 되는데, 실제 전파망원경의 민감도는 상당 부분 이 반사판 지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희미한 천체를 보려는 단일접시 전파망원경일수록 접시를 최대한 크게 만들려고 합니다.
반사판의 지름은 민감도뿐 아니라 분해능(또렷하게 구별해 보는 능력)과도 연결됩니다. 망원경이 두 점을 겨우 구별해 낼 수 있는 최소 각도 θ는 대략 θ ≈ 파장(λ) ÷ 지름(D)로 나타낼 수 있어서, 지름 D가 클수록 θ는 작아지고 더 세밀한 부분까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접시 하나만으로는 지름을 무한정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서로 멀리 떨어뜨린 여러 반사경을 연결해 그 사이 거리(기선)를 마치 거대한 지름처럼 활용합니다. 이 원리는 간섭계 원리 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포물면 반사경이 전파를 한 초점에 정확히 모으려면, 반사판 표면의 굴곡이나 제작 오차가 관측하려는 파장(λ)에 비해 충분히 작아야 합니다(경험적으로 대략 λ의 16분의 1 이하). 표면이 울퉁불퉁해 파장에 비해 오차가 커지면, 반사되어 오는 전파들의 위상이 서로 어긋나면서 초점에서 깔끔하게 모이지 못하고 흐려져 안테나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파장이 긴(주파수가 낮은) 전파망원경보다, KVN처럼 22~129GHz의 아주 짧은 파장(밀리미터파)을 관측하는 망원경일수록 반사판 표면을 훨씬 더 정밀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반사경이 하늘에서 온 전파를 초점에 모으는 이야기였다면, 반대로 안테나가 특정 방향으로 신호를 보내거나 받는 민감도를 각도별로 그려 보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이 그림을 방사 패턴(radiation pattern) 또는 빔 패턴(beam pattern)이라 합니다. 안테나가 겨냥한 정면 방향으로 감도가 가장 크게 튀어나온 부분을 주엽(main lobe)이라 하고, 그 주변으로 정면보다 훨씬 약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채 옆으로 새어 나가는 작은 봉우리들을 부엽(side lobe)이라 부릅니다. 부엽은 안테나가 겨냥하지 않은 엉뚱한 방향에서 오는 신호나 잡음까지 일부 받아들이게 만들기 때문에, 관측 정밀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 슬라이더로 반사경 지름과 파장의 비(D/λ)를 바꿔가며, 주엽이 좁아지고 부엽이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해 보세요!
반값폭(HPBW, 정면 대비 감도가 절반이 되는 폭) ≈ 0°
위쪽(0°)을 겨냥한 안테나의 방사 패턴을 dB 눈금(바깥쪽 원 = 0dB, 안쪽으로 갈수록 -10dB, -20dB)의 극좌표로 그린 그림입니다. D/λ가 커질수록 주엽은 점점 좁고 뾰족해지는 대신, 곁가지로 새어 나가는 부엽의 개수는 늘어납니다. 이 주엽의 폭(빔폭)이 좁아지는 정도는 앞서 본 분해능 공식 θ ≈ λ/D와 사실상 같은 관계식이며, 빔이 좁을수록 정밀한 망원경 제어(포인팅/추적)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전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전기장이 진동하는 파동인데, 이 진동이 항상 한 방향을 유지하며 일직선으로 흔들리면 선형편파(linear polarization), 진행하면서 방향이 나선처럼 회전하면 원형편파(circular polarization)라고 부릅니다. 안테나(그리고 그 초점에 놓인 피드 혼)는 특정 편파에 맞추어 받아들이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서, 관측하려는 전파의 편파와 안테나가 받아들이는 편파가 서로 어긋나면 신호의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KVN을 비롯한 전파망원경은 관측 목적에 맞는 편파를 골라 받을 수 있도록 피드 혼과 수신기의 편파 특성을 세심하게 설계합니다. 천체가 우주에서 내보내는 전파 자체의 편광 상태를 분석해 자기장 구조를 알아내는 이야기는 편광(Polarization) 편에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