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전송 시스템

전파망원경 원리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테나가 모은 미약한 전파는 전파 수신기를 거치며 증폭·복조되어 이미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만들어졌다고 관측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신호는 다시 한 번 이동해야 상관처리나 분석에 쓰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같은 관측소 안에서 안테나 옆 수신기실에서 제어실까지 수십~수백 미터를 이동하면 되지만, 때로는 KVN처럼 서울·울산·탐라(제주)·평창 등 나라 전역에 흩어진 여러 안테나에서 하나의 상관처리 센터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호를 나르는 두 가지 매체: 동축케이블과 광섬유

이렇게 신호를 실어 나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전부터 널리 쓰인 동축케이블(구리선)이고, 다른 하나는 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광섬유입니다. 두 매체는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서, 거리와 목적에 따라 골라 씁니다.

동축케이블 / 구리선

가격이 저렴하고 다루기 쉬워서 짧은 거리에는 지금도 널리 쓰입니다. 다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가 약해지고 잡음에 취약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광섬유

전기신호를 빛의 펄스로 바꾸어 유리 섬유 속으로 보냅니다. 먼 거리에서도 손실과 전자기 간섭 걱정이 훨씬 적습니다 — 빛이 어떻게 갇혀서 이동하는지는 광통신 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그래서 안테나와 제어실 사이처럼 비교적 짧은 구간에는 동축케이블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사이트와 사이트를 잇는 장거리 구간이나 데이터양이 큰 최신 관측 시스템에는 광섬유가 점점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케이블·광케이블 종류별 규격과 속도·거리를 비교하고 싶다면 유선 매체와 규격 편을 참고하세요.

기록된 하드디스크 대신 실시간으로: e-VLBI

전파망원경 원리 편에서 소개했듯이, 전통적인 VLBI 관측에서는 각 망원경이 데이터를 저장장치에 기록해 두었다가 그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상관처리 센터까지 옮겼습니다. 이 방식은 운반과 처리에 며칠씩 걸릴 수 있습니다. 빠른 네트워크망, 특히 광섬유 기반 회선이 보급되면서는 데이터를 저장장치에 옮겨 담을 필요 없이 상관처리 센터로 거의 실시간으로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e-VLBI라고 부릅니다.

실제 신호 전달 경로는 이런 구간들이 이어진 사슬인 경우가 많습니다. 접시 안테나에서 제어동까지는 케이블이나 짧은 광케이블로, 관측소에서 상관처리 센터까지는 더 긴 광섬유·네트워크망으로 연결되며, 구리선 구간이 너무 길어지면 중간중간 신호를 다시 키워 주는 중계 증폭기가 필요해지기도 합니다.

👉 아래 거리 슬라이더를 움직여 동축케이블과 광섬유의 신호가 거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세요!

동축케이블

신호 세기: 100%

광섬유

신호 세기: 100%

같은 거리를 가도 동축케이블은 신호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잡음이 늘어나지만, 광섬유는 먼 거리에서도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핵심 정리

  • 수신기에서 만들어진 신호(데이터)는 관측소 안 짧은 구간부터 KVN처럼 전국에 흩어진 사이트 사이 먼 구간까지, 다시 한 번 전송 과정을 거쳐야 상관처리 센터에 도착합니다.
  • 동축케이블(구리선)은 저렴하고 짧은 거리에 적합하지만, 거리가 늘면 신호가 감쇠되고 전자기 잡음의 영향을 더 받습니다.
  • 광섬유는 빛으로 신호를 보내 손실이 적고 전자기 간섭에 강하며 대역폭도 커서, 장거리·고속 전송에 점점 더 많이 쓰입니다. 자세한 원리는 광통신, 규격 비교는 유선 매체와 규격 편에서 다룹니다.
  • 기록 매체를 물리적으로 옮기던 전통적 VLBI와 달리, 빠른 네트워크(특히 광섬유)를 이용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상관처리 센터에 보내는 방식을 e-VLBI라고 합니다.

🧑‍🏫 선생님·학부모님을 위한 설명 도움말

원리 자세히 보기

  • 섀넌의 통신 모델로 보기 — 섀넌은 모든 통신을 정보원 → 송신기 → 채널(잡음이 섞이는 통로) → 수신기 → 목적지의 다섯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전화라면 말하는 사람·전화기·전화선·상대 전화기·듣는 사람입니다. 전파 관측에서는 천체가 정보원, 우주 공간과 대기가 첫 번째 채널, 안테나와 수신기가 받는 쪽이 되고, 그 뒤 케이블·광섬유·네트워크라는 두 번째 채널을 거쳐 상관기라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어느 단계에서든 잡음이 섞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모델의 핵심입니다.
  • 구간마다 알맞은 매체 — GHz 대역 신호는 보통의 동축 케이블을 100 m만 지나도 수~수십 dB 약해지지만, 광섬유는 1 km에 약 0.2~0.4 dB만 줄어듭니다. 그래서 짧고 다루기 쉬운 구간은 동축 케이블, 길거나 데이터가 많은 구간은 광섬유를 씁니다(dB의 뜻은 전기신호 전송 참고).
  • 먼저 디지털로 바꾸고 보내기 — 예전 간섭계는 안테나의 아날로그 신호를 그대로 멀리 보냈지만, 지금은 안테나 가까이에서 곧바로 디지털로 바꾼 뒤 광섬유로 보냅니다. 디지털 신호는 중간에서 깨끗하게 되살릴 수 있어 먼 길을 가도 잡음이 쌓이지 않기 때문입니다(디지털변환 ADC).
  • 데이터의 양을 계산해 보면 — 망원경 한 대가 초당 1기가비트로 데이터를 만든다면 8시간 관측에 약 3.6 TB(테라바이트)가 쌓입니다. 이를 초당 100메가비트 인터넷으로 보내면 약 80시간이 걸립니다. 거꾸로 1 PB(1,000 TB)의 하드디스크를 비행기로 하루 만에 옮기면 초당 약 90기가비트로 보낸 셈이라, 지금도 아주 많은 데이터는 디스크로 옮기기도 합니다(관측데이터 저장의 EHT 사례).
  • 데이터와 함께 시각도 보낸다 — 여러 망원경의 데이터를 맞대어 보려면 각 데이터가 "정확히 언제" 기록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에는 관측소 원자시계의 시각 정보가 함께 붙어 가고, 관측소 안 장비들은 기준 신호로 박자를 맞춥니다(원자시계, 장비간 시각동기화).

역사와 배경 — 신호를 나르는 길의 변화

시기사건의미
1928년하틀리의 '정보량'벨 연구소의 하틀리가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쓸 수 있는 주파수 폭과 전송 시간에 비례한다고 정리해, 정보를 수로 재는 길을 열었습니다.
1946년케이블로 이은 첫 전파 간섭계 관측영국의 라일과 본버그가 수십~수백 m 떨어진 두 안테나의 신호를 한곳에 모아 태양을 관측했습니다(간섭계 원리).
1948년섀넌 「통신의 수학적 이론」정보원·송신기·채널·잡음·수신기로 이루어진 통신 모델과 '비트'라는 정보 단위를 제시하고, 잡음이 있는 채널로 보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밝혔습니다(진폭 편의 섀넌 공식).
1967년케이블 없는 간섭계, VLBI각 망원경이 원자시계와 함께 테이프에 기록하고 나중에 맞대어 보는 방식으로, 신호를 실시간으로 잇지 않고도 대륙 규모의 간섭계가 가능해졌습니다(관측데이터 저장).
1980년무선 중계와 도파관으로 이은 간섭계영국 MERLIN은 100 km 넘게 떨어진 망원경들을 마이크로파 무선 중계로 이었고, 같은 해 완공된 미국 VLA는 땅에 묻은 금속 도파관으로 27대의 신호를 모았습니다.
2000년대~2012년광섬유로 바꾼 VLAVLA는 개량 사업으로 도파관을 광섬유로 바꾸고, 안테나에서 곧바로 디지털로 바꾼 신호를 보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데이터 양을 크게 늘렸습니다.
2000년대~현재연구망과 e-VLBI각국의 고속 연구 네트워크로 망원경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는 e-VLBI가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의 KVN은 대전의 한일 VLBI 상관센터로 데이터를 모읍니다(관측데이터의 상관처리).

비유로 설명하기

  • 신호 전송 시스템은 "이어달리기"와 같습니다. 구간마다 달리는 선수(동축 케이블, 광섬유, 네트워크)가 바뀌어도 바통(데이터)을 떨어뜨리지 않고 넘기는 것이 중요하고, 바통 넘기는 곳이 바로 변환 장치입니다.
  • 섀넌의 모델은 "편지 보내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 우체통, 우편 트럭, 집배원, 받는 사람이 있고, 비가 와서 편지가 젖는 것이 잡음입니다.

자주 하는 오해

  • "광섬유가 생겼으니 하드디스크를 옮기는 방식은 사라졌다" — 데이터가 아주 많거나 남극처럼 네트워크가 약한 곳에서는 지금도 디스크를 비행기로 옮기는 편이 더 빠를 때가 있습니다.
  • "디지털 신호는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상관없다" — 디지털 신호도 똑같이 약해지고 잡음이 섞입니다. 다만 0과 1을 판정할 수 있을 때 중간에서 깨끗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함께 해 볼 질문·활동

  • 모둠별로 숫자 메시지를 '말로 → 글로 → 손짓으로 → 다시 말로' 매체를 바꿔 가며 전달하는 이어달리기를 하고, 어느 구간에서 틀리기 쉬웠는지 이야기해 보기
  • "망원경 4대가 각각 8시간 동안 초당 1기가비트로 기록하면 모두 몇 TB일까?"를 계산하고(약 14.4 TB), 집 인터넷 속도로 보내면 며칠이 걸리는지 구해 보기
  •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 파일의 크기(MB·GB)를 확인하고, 메신저로 보낼 때와 USB 메모리로 옮길 때 어느 쪽이 더 빠른지 비교해 보기

본 교육자료는 Anthropic(Claude) 및 OpenAI(ChatGPT)를 활용하여 제작하였으며, 제작자가 내용을 검토·편집하였습니다. 주요 참고자료와 출처는 각 페이지의 「참고 자료 및 출처」에 명시하였습니다. 출처가 별도로 표기되지 않은 페이지와 참고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제작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정리한 것입니다.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사항을 발견하시면 kvnsite@kasi.re.kr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